문재인 시대, 극단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게 된 이유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촛불 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는데, 어째서 극단과 광기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분열과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것일까.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신간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극단과 광기의 정치』(인물과사상사)를 통해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소통으로 통합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진영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 지지자들만 의식한 채 전체 국민을 위한 국정운영을 하지 못했다. 정치적 판단과 인사(人事)는 언제나 편가르기 논리에 의해 좌우되었고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이전 정부에서 보다도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았음을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할 때 국민들이 걸었던 큰 기대가 점차 실망과 체념으로 바뀌게 된 과정을 조국 사태로부터 추미애-윤석열 갈등 과정 등에서 돌아보고 있는 책의 내용은 독자들에게도 큰 공감을 준다. 국민을 갈라놓는 일들이 계속되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조정.해결하려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수수방관하여 나라는 깊은 분열과 대결의 늪에 빠져버렸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소통하지 않는 ‘불통’ 대통령이 되어버렸고, 집권여당은 강경파들에 의해 이끌리는 정당이 되고 말았다.
저자의 관심은 단지 정치 현상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이 이 시대의 정치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는지, 이분법적 사고의 문제, 진영과 편의 논리에 갇힌 집단사고의 속성, 내로남불의 정치를 낳는 우월의식의 위험성, 혹세무민하는 음모론의 폐해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 정치의 근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얘기는 비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의 눈에 우리 정치의 구도는 더 이상 ‘진보 대 보수’가 아닌,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의’ 대립이다. 그래서 민주화 세대가 주도했던 586 정치는 이제 무대에서 내려올 때가 되었음을 말하는 저자는 586 세대가 주도했던 정치를 넘어서는 7080 세대의 정치를 주문한다. 이제 극단과 광기의 정치시대를 극복하고 합리와 이성이 주도하는 정치, 관용과 공존의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치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제언이다. 저자의 호소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집단적 광기 앞에서 인간들의 합리와 이성이 패배하는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세상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그런 곳이 되지 않도록, 이 책이 그 길에 조그마한 위로와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 세상이 번번이 우리를 배신해도, 지치지 말고 함께 힘을 낼 일이다.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가 18세기 스페인 사회의 광기를 발견하고 제작한 판화에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말이 적혀 있다. 이제는 우리의 이성이 깨어나 사방에 존재하는 괴물들을 쫓아내야 할 때다. 결국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저자 유창선은 지난 2019년 뇌종양 수술을 받고 오랜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가져야 했던 1세대 시사평론가이다. 수술의 후유증으로 인해 방송활동에서는 은퇴했지만, <폴리뉴스>를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 활발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진영에 갇히지 않으려는 그의 생각과 글이 살아있음이 반갑게 느껴지는 책이다.
<목차>
프롤로그 :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제1부 문재인 시대의 극단과 광기
이분법적 세계관에 갇힌 사람들
집단사고가 정치적 극단을 낳는다
성찰과 회의를 모르는 독선의 정치
사람들이 김어준의 음모론에 빠지는 이유
죽은 지식인들의 사회
권력은 왜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할까?
제2부 정치의 두 얼굴
문재인은 노무현의 꿈을 실현했는가?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도 피하지 못하는 레임덕
부동산 시장을 이기겠다는 신념
강성 지지자들에게 갇힌 민주당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의 성추행은 왜 계속될까?
임미리와 진중권을 향한 민주당의 입막음
금태섭을 두 번 죽이는 정치
제3부 조국과 추미애의 늪에 빠지다
폭주하는 추미애, 브레이크가 없었다
선출된 권력은 견제하면 안 되는가?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 장악’의 길로 가다
삼세번 좌천당한 한동훈
조국 사태, 대분열의 서막
문재인 정부의 변곡점
정경심 판결에 불복하는 사람들
어쩌다가 최재형은 ‘제2의 윤석열’이 되었는가?
제4부 진영의 정치, 분열의 나라
내로남불의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시민은 지식인인가, 선동가인가?
애국과 이적의 이분법
윤미향과 정의연의 논란은 무엇을 남겼는가?
박원순을 조문할 수 없었던 이유
좋은 보수가 좋은 진보를 만든다
중도층은 살아 있다
제5부 7080년대생의 정치를 기다린다
20대에게 민주화 세대는 무엇일까?
7080년대생의 정치에 건투를 빈다
관용과 공존의 민주주의를 위해
에필로그 : 합리적인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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